보이지 않는 뿌리의 힘 – 지지의 속 기운, 지장간(地藏干)

사주를 읽다 보면 겉으로 드러난 ‘천간’에만 주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.

하지만 지지는 단순히 ‘땅의 기운’이 아닙니다.

그 속엔 또 다른 천간의 기운이 숨어 있습니다.

이 숨은 뿌리를 지장간(地藏干)이라 부릅니다.

지장간은 말 그대로 땅속에 감춰진 천간의 기운이며,

정기(正氣), 중기(中氣), 여기(餘氣)의 세 단계로 나뉘어

당월의 에너지부터 남은 기운, 다가올 기운까지 모두 포괄합니다.

1. 지장간의 구조 – 땅속에 숨은 세 겹의 기운

지장간은 단일하지 않습니다.

각 지지는 최대 3개의 천간을 품고 있으며, 그 구성은 아래처럼 나뉩니다:

  • 정기(正氣): 당월의 중심 기운, 가장 강한 에너지 (地氣)

  • 중기(中氣): 다음 기운의 흐름을 예고하는 에너지 (人氣)

  • 여기(餘氣): 전월에서 넘어온 잔여 기운 (天氣)

예시로 丑(土)을 보면:

  • 여기: 癸 (물기운) – 전월의 잔여

  • 중기: 辛 (금기운) – 다가올 흐름

  • 정기: 己 (토기운) – 현재의 중심

즉, 지지는 단순한 하나의 기운이 아니라

시간의 흐름과 에너지의 층위가 교차된 복합체입니다.

2. 실전에서 지장간 읽는 법 – 숨은 기운을 보는 안목

(1) 재성이 지장간에 있는 경우

예: 戊일간이 丑을 만났을 때

  • 丑 속에는 癸, 辛, 己가 숨어 있음

  • 표면은 정기 己(겁재)이지만, 내면의 癸(정재)가 재물로 작용

  • 이 癸는 드러나지 않아 감춰진 재산, 은밀한 투자, 부동산 등으로 해석

  • 사회적으로는 동료·형제를 통해 얻는 재물의 형상

  • 남자의 경우, 조용하고 내실 있는 배우자로도 나타남

(2) 관성이 지장간에 있는 경우

예: 庚일간이 戌을 만났을 때

  • 戌 속의 丁(火)은 정관이지만 매우 미약

  • 직장으로는 두드러지지 않는 보조적, 관리직 업무

  • 예: 산림관리원, 등대지기 등

  • 배우자로 보면 실력은 평범하되 생활력은 강하지 않음

  • 또한 戌 속 편인(戊), 겁재(辛)의 기운이 강해
    丁(火)이 벌어도 주변 요소가 자주 그 재물을 소모함

3. 암합과 지장간 – 보이지 않는 끌림의 작용

암합(暗合)은 천간의 합과는 다릅니다.

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지장간 속의 천간끼리 조용히 연결되는 현상입니다.

이 암합은 주로 중기 > 여기 > 정기 순으로 작용력을 가집니다.

지장간 암합의 은밀함은?

  • 亥午 암합 예시:

    • 亥 → 壬(정기), 甲(중기)

    • 午 → 丁, 己, 丙

    • 丁壬합: 壬은 정기이므로 어느 정도 드러남

    • 甲己합: 중기/여기 간의 결합으로 매우 은밀

즉, 丁壬은 “바람이 난 건 드러났지만 상대는 누구인지 몰라”

반면, 甲己는 “둘 다 드러나지 않아 아무도 모르게 바람” 같은 그림

4. 활용력 판단 – 모든 지장간이 다 쓰이는 건 아니다

지장간이라 해도 기운이 강한 경우에만 실질적 작용력이 생깁니다.

  • 巳中 戊土: 여름철 강력한 토기운. 즉각적 반응

  • 寅中 戊土: 봄철이라 작용력이 느림. 시간차 있음

  • 申·亥中 戊土: 계절의 기운이 이미 사라져 작용력 없음

따라서 암합이나 작용 판단 시,

기운의 계절성, 음양, 시기성을 반드시 함께 봐야

실제 현실에 맞는 해석이 가능합니다.

5. 지장간의 진짜 힘 – 천간의 뿌리를 보는 눈

천간은 겉으로 드러난 성격이고,
지장간은 그 성격이 어디서 자라났는지를 보여줍니다.

  • 辰中 乙 → 양인(羊刃)

  • 戌中 辛 → 양인

  • 未中 丁, 丑中 癸 → 양인

이처럼 지장간은 단순한 보조 정보가 아닙니다.

신살 작용, 재물의 흐름, 배우자의 성격, 직업의 현실성까지

모두 이 뿌리에서 해석이 가능합니다.

6. 겉이 아닌 속을 보는 힘

사주는 표면만 보면 오해하기 쉽습니다.

하지만 지장간을 읽는 순간,

보이지 않던 동기와 작용력, 관계의 연결 고리들이 선명해집니다.

지장간은 말 없는 천간입니다.

그러나 그 속에 숨은 기운들은

천간보다 더 깊은 진실을 말해줍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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